키타카타 라이토 : The Origin Of The Name (5)

18TRIP_구장노벨 1부/키타카타 라이토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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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05 | 어떤 존재로서 죽을 것인가

 

 

 

 

 

 

"여러분, 메일 인터뷰 마감은 내일 오후까지니까 잊지 마세요.

특히 키노우치 군, 떠오르지 않는다고 또 나츠야키 군에게 생각해 달라고 하면 안 됩니다."

 

 

매니저인 나유키가 또렷하게 고하자,

레슨룸에서 사인 색지를 앞에 두고 끙끙 앓던 타오가

"읏, 알겠습니다……"라며 괴로운 듯 목소리를 냈다.

 

"피침, 색지가 끝나면 나를 자유롭게 해줄 거지?

더 이상 구속되어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네, 네, 마음대로 하세요."

 

 

쿠구리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소리도 내지 않고 술술 사인을 끝마쳐 갔다.

 

요즘 Ev3ns는 인기와 지명도가 모두 올라가,

지역 잡지에 실리는 일도 늘고 오늘처럼 멤버 모두가

기획 선물용 사인 색지를 쓰는 기회도 늘었다.

 

우리들의 전과의 대부분이 누명인 것으로 밝혀지고,

그렇지 않은 멤버도 경범죄로 여겨져 세상의 인상이 바뀐 것도 한 요인이겠지.

 

 

그런 그렇고 사인 하나만 봐도 성격이 드러난다고 생각해.

 

 

쿠구리처럼 순식간에 써버리는 멤버도 있는가 하면,

타오처럼 한 장 한 장 고민하며 쓰고 있는 멤버도 있다.

키나리는 성실하게 밀리미터 단위로 글자를 조정하고,

치히로는 일러스트나 한마디 메시지까지 써 넣고 있다.

 

내 경우에는 글씨는 격투기와 같다.

몸을 써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분 좋게 크게 쓰는 걸 좋아한다.

 

 

"라이틴 글씨, 잘 쓴다. 나도 라이틴처럼 흐르는 느낌의 사인으로 바꿔볼까나~"

 

 

옆에 앉아 있던 치히로가 내 손을 들여다보며 말한다.

치히로의 글씨는, 굳이 말하자면 둥글둥글하고 귀엽다.

 

 

 

"치히로의 사인은, 치히로다움이 있어서 팬들은 기쁠 거라고 생각해. 일러스트도 사랑스럽고."

 

"헤헤ー. 색깔 펜 써서 더 꾸몄거든!"

 

 

내가 칭찬하자, 치히로는 기쁜 듯이 웃었다.

 

 

"그건 그렇고, 라이틴 이름은 무슨 뜻이야?"

 

 

 

아무런 속셈도 없어 보이게, 아주 자연스럽게 치히로가 물어왔다.

"라이토(ライト)... 그러니까, 영어 같은 느낌?"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아?"라며 퀴즈를 내봤다.

멤버들이 어떻게 대답할지 단순하게 궁금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같은 느낌? 와줘서 고마워라던가?"

 

"음, 어떨까나."

 

 

 

치히로의 대답에 쓴웃음을 짓는다.

키나리가 고개를 들고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라이토라는 울림의 이름을 가진 인구는 JPN에 380명……"이라고 말하기 시작하자,

타오가 "엣, 의외로 많네. 아니, 적은 건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보통으로 생각하면 옳다거나, 밝다거나 하는 의미겠죠?"

 

"어떨까나."

 

타오의 예상을 뒤엎는다.

 

"알았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에서 따온 거다!"

 

"아하하"

 

치히로의 엉뚱한 발상에 웃으며,

 

 

 

"데이터상, 형제가 있는 경우, 작명 경향은 비슷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 말은, 나유~키도 비슷한 작명 방식이라는 거야?"

 

 

몇 가지 예측을 하며 나유키 쪽을 힐끗 본다.

상상대로, 나유키는 완전히 이쪽을 무시하고 있다.

 

 

"특별한 의미 같은 건 없겠지. 그렇게 거창한 이름도 아니고."

쿠구리가 말한다.

 

 

나는 "뭐, 그게 가장 가깝겠네"라며 긍정했다.

 

치히로는 "에엣" 하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가볍게 설명했다.

 

부모님은 처음 이름을 지어줄 때 여러 기대를 걸었지만,

태어난 나에게는 그런 바람을 갖지 않게 되었다고.

 

 

 

"삶의 방식은 마음대로 정하라고 하셨어. 이름의 의미도 마음대로 하라는 거지."

 

"그런 거야~?"

 

"라이토는, 자기 이름의 의미를 정할 수 있었는가?"

 

 

 

키나리가 고개를 들고 물어본다.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에는 순수한 의문만이 담겨 있다.

이럴 때, 누구보다 본질을 꿰뚫는 건 키나리구나 싶다.

 

 

 

"…… 아니. 의미는 정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는,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겠네."

 

 

기대를 받은 사람도, 빛이 되어 이끄는 사람도, 올바르게 사는 사람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나'이기에, HAMA 투어즈 소속의 10구 구장, Ev3ns의 리더,

키타카타 라이토……로 있을 수 있는 기분이 들어.

 

 

이 직함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고,

가능하다면 타임 리미트가 올 그날까지,

지금의 나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곤 해.

 

 

하지만 인생의 막이 내릴 때─ 내가 무엇으로 죽을지는,

그 순간까지 알 수 없다.

 

 

가끔 생각한다.

 

지금처럼 살아가면, 나는 미련 없이…… 평온하게, 죽을 수 있을까.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 웃으면서, 죽어갈 수 있다면…… 하고.

 

 

 


 

 

 

"오랜만이군."

 

그날, 레슨이 끝난 밤, 기숙사 발코니에서 바람을 쐬고 있던 나는,

뜻밖에 그리운 목소리를 들었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시라미츠 토이가 있었다.

토이라고는 해도 평소 기숙사에서 보는 사랑스럽고 순수한 토이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언제였던가––「엔젤 아이」에서 「죽음의 예언」을 받았을 때와 같은,

무언가에 홀린 듯한, 인간과는 다른 특별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런 인상이었다.

 

그 눈동자는 밤의 어둠 속에서 불길하게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너는, 그때의"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HAMA 투어즈에서 재회했을 때, 토이도 그 쌍둥이 형인 류이도,

나와 나유키에 대해 기억하지 못했다.

점 봐준 날의 분위기와 너무 달라서, 혹시나 하고 의심했지만,

역시 나에게 예언을 했을 때의 토이는 뭔가 초자연적인 것에 빙의되었던 거겠지.

지금도 분명, 그런 상태일지도 모른다고 깨달았다.

 

 

"오늘 밤의 이 몸은 기분이 좋다.

어떠냐, 원한다면 또 다시 네 시체를 만지게 해줄 수 있다만?"

 

 

물음에, 나는 순간 몸을 움츠렸다.

 

예언을 받은 날.

 

 

나는 내 시체를 봤다. 심지어, 그 시체에 닿을 수도 있었다.

방금 전까지 따뜻했을 몸이, 급속도로 식어가는 것도 느껴졌다.

 

그 날 그 때, 나는 웃으면서 죽었을 텐데──.

 

 

"아니, 제안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어."

 

 

말하자, 토이에 빙의된 무언가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작게 비웃었다.

그렇게 소리도 없이, 발코니에서 떠나갔다.

 

 

혼자 남겨진 나는, 심장이 불쾌한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드물게, 긴장했던 모양이다.

숨을 내쉬며, 발코니 의자에 깊숙이 기댄다.

 

……그때 봤던 나는…… 대체 무엇으로 죽었던 걸까?

 

벌써 10년도 더 된 옛날. 소년 시절에 분명히 봤을 터인 자신의 시체를, 오랜만에 떠올리려 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 표정에는 안개가 낀 듯 흐릿해져서, 떠올릴 수 없게 되었다.

 

이상하다. 분명 나는 온화하게, 웃으며 죽었을 텐데.

그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을 텐데.

 

망막에 새겨져 있던 죽은 얼굴은, 언제나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그럴 터였다.

 

 

──죽은 얼굴을, 떠올릴 수 없게 되었어?

 

 

그 사실에 아연실색했다.

 

밤바람이, 내 뺨을 어루만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밤의 어둠 저편, 나는 다시 한번 나의 죽은 얼굴을 떠올리려,

조금 눈을 크게 떴지만─ 어둠은 그저 어두운 채,

진실은 보일 것 같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