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6
 
#003-B14 Broken Mug
 
 
오오구로 병원 병실
(심전도 기기 소리)
⋯⋯.
라이토 씨, 좀 쉬시는 게 좋겠어요.
라이토 씨도 나유키 군에게 대량 수혈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이 병원의 의료는 최첨단이야.
괜찮아, 내가 보장할게.
기적적으로, 칼이 장기를 잘 비껴간 것 같습니다.
의사의 소견으로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라이토, 그렇게 된 마당이니까 너도 잠깐 눈 좀 붙여둬.
⋯⋯미안해. 하지만, 지금은 나유키의 곁에 있고 싶어.
전부 내 탓이니까⋯⋯.
⋯⋯라이토 씨.
내가 제대로, 상대를 피했더라면⋯⋯.
⋯⋯미안하다, 지금은 이 이상,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아.
⋯⋯알겠어요.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
 
오오구로 병원 복도
⋯⋯.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목숨은 건졌다고 들었지만⋯⋯.
위문품으로 줄 도시락을 사 오긴 했는데, 라이토 씨 먹을 수 있으려나.
어라, 병실 앞에 있는 건⋯⋯)
⋯⋯읏, ⋯⋯어떡하지.
(치히로? 뭔가 곤란해 보이네. 말 걸어도 괜찮으려나?
요 근래, 저 녀석이랑 제대로 얘기한 적이 없긴 한데)
⋯⋯.
(아니, 저 얼굴을 보고 무시할 수는 없지⋯⋯)
⋯⋯치히로. 무슨, 일이라도?
타오타오⋯⋯.
(⋯⋯어색하다. 하지만, 치히로가 울 것 같아⋯⋯)
⋯⋯꽃, 사 오긴 했는데, 이거 괜찮을까나.
괜찮냐니 뭐가?
꽃말이라든지⋯⋯.
(⋯⋯치히로, 역시, 근본은 이런 녀석이구나)
꽃, 나유키 씨 주려고⋯⋯ 사 온 거야?
⋯⋯눈을 떴을 때 꽃이 있으면, 기쁘지 않을까 해서.
언제 깨어날지 모르기도 하니까, 화분으로, 하긴 했는데⋯⋯.
화분은 입원 환자에게는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 그런 거야⋯⋯!? 다, 다시 사야겠다⋯⋯.
아니, 이 시대는 괜찮을지도.
시대?
나유키 씨라면, 어떤 꽃이라도 기뻐해 줄 거야.
나도 위문품 사 왔으니까, 같이 전해주러 갈래?
⋯⋯으, 응.
 
오오구로 병원 중정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
라이토 씨, 많이 지쳐있었지.
수혈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깨어 있어서⋯⋯ 걱정이야.
응. 나유―키, 빨리 눈을 뜨면 좋겠네.
⋯⋯분명, 무서웠을 거야⋯⋯.
⋯⋯.
너도 무서웠지? 괜찮아?
⋯⋯.
타오타오, 미안, 해.
엣⋯⋯.
줄곧, 모진 태도를 취했어⋯⋯.
마, 말하고 싶지 않은데도, 싫은 소리를 해 버리고,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억지를 부려서⋯⋯.
정말, 정말로, 미안해요.
나유―키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무서워서, 가, 가장,
함께 있어줬으면 했던건, 타오타오라고 생각해서⋯⋯.
하지만, 줄곧 모질게 굴었으니까, 그런 염치 없는 소리를
들어줄 리 없다고 생각해서, 엄청⋯⋯ 후회했어.
내가⋯⋯ 전부 잘못했어. 미안합니다⋯⋯.
⋯⋯치히로.
요, 용서해 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또, 이야기, 해 줬으면 좋겠어⋯⋯.
아니⋯⋯ 용서하지 않고 대화한다는 건 무리잖아.
⋯⋯읏.
그보다, 화 안 났어, 애초부터.
에⋯⋯. 어, 어째서?
나, 엄청 태도가 나빴잖아⋯⋯ 그치?
뭐, 그렇긴 했지.
그, 그렇다면⋯⋯.
⋯⋯음. 전에 남동생 있다고 말했었잖아?
동생이 어렸을 때 말이야, 너처럼 제멋대로 굴곤 해서⋯⋯.
그걸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서 그만큼 화나지는 않았어.
⋯⋯나, 남동생은 몇 살?
나보다 5살 어려.
그럼 나보다 7살이나 어린 거잖아!
꼬맹이랑 비교하고 있었던 거!?
아하하. 아니, 나에게 있어서는 귀여운 존재니까.
⋯⋯.
⋯⋯부모님이, 나를 신의 아이라고 맹신하게 됐거든.
동생은 안중에도 없고, 방임네글렉트이라고 하던가?
그러니, 내가 소중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가능한 한 돌봐줬어.
그러다보니, 동생이 이상한 투정을 부리게 되어서⋯⋯.
처음엔 깜짝 놀랐는데, 중간에 깨달았어.
이거, 내 사랑을 시험하는 거구나. 그래서, 중요한 건 안심시켜 주는 거라는 걸⋯⋯.
⋯⋯읏.
(발을 동동 구르는 치히로)
⋯⋯와앗.
어, 왜, 왜 그래⋯⋯?
왜냐면⋯⋯ 치이의 속마음도 완전히 들통났다는 뜻?
너, 너무 부끄러운데⋯⋯.
뭐⋯⋯ 흔하게 있는 일 아니야?
너도 부모님한테 방치당했다고 말했었잖아.
으으~⋯⋯.
타, 타오타오 어른⋯⋯ 치사해⋯⋯.
에, 불평 들어야 하는 거야? 나.
⋯⋯미안. 그치만 부끄러워서⋯⋯.
그렇다고 해도, 너는 처음에 나한테 평범하게 대했으니까,
갑자기 그렇게 된 계기를 모르겠어서.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손을 놓고 방관했던 면이 있긴 해.
그건⋯⋯ 타오타오가, 제일 친한 친구가 있다고 말했잖아.
나, 그거에⋯⋯.
⋯⋯.
⋯⋯?
⋯⋯질투, 했어.
⋯⋯!
나한테 있어서, 타오타오는, 절친 같은 존재인데⋯⋯
타오타오는 내가 최우선이 아니구나 싶어서⋯⋯.
그랬더니 왠지⋯⋯ 나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걸 아는데도,
타오타오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어져서, 입이 제멋대로 움직여서⋯⋯.
투정 부리고, 그걸 들어줄 때마다 안심했어.
⋯⋯아직 친구로 남아주는 구나 하고.
치이, 남동생이랑 똑같네.
타오타오의 말대로야.
나도, 부모님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다정하게 대해주는 타오타오에게, 응석을 부렸어⋯⋯.
치히로⋯⋯.
⋯⋯우리 엄마 말이야, 기분이 좋을 때는 춤을 칭찬해 줬어.
하지만 내 얼굴이, 헤어진 아버지를 닮은 모양이라⋯⋯.
그래서, 기본적으로 싫어하는 거야, 나를.
⋯⋯줄곧 말이야, 마음에, 뻥 뚫려 있는 구멍을, 느낄 때가 있어⋯⋯.
마음에 형태가 있다면, 내 것은, 밑 빠진 머그컵⋯⋯같을 거라고 생각해.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는데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전부 밑바닥에서부터 빠져나가 버려.
욕심쟁이지. 받고 또 받아도, 더욱 갖고 싶다고 생각해.
타오타오에 대해서도⋯⋯ 겨우 친해졌는데도.
받고 있는 다정함만으로는 부족해져서⋯⋯.
알고 있는데도, 스스로 머그컵 바닥을 막을 수가 없어.
⋯⋯이런 내 자신이, 제일 싫어.
⋯⋯그렇구나.
⋯⋯.
⋯⋯그 바닥이라는 거,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어?
내가 막을 수 있을까?
⋯⋯!
막아주는 거야⋯⋯?
혼자서 막을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할게.
⋯⋯.
어, 어째서 그렇게 상냥한 거야?
⋯⋯. 나도, 널 절친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일까.
⋯⋯읏. 정말로?
이런 부끄러운 일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
자, 뭔가 해줬으면 하는 거 있어?
일단 말해 봐.
아, 셔틀 빼고.
⋯⋯아, 아무리 그래도 이제 셔틀은 안 시킨다니까.
뭐든지 괜찮다면⋯⋯
타오타오가, 숨기고 있는 거, 알고 싶을지도.
!
뭔가, 비밀이 있는 거지⋯⋯?
가끔, 얼버무릴 때도 있고⋯⋯.
하지만, 거짓말하는 건 싫다고 했으니까,
물어보면 안 되려나 싶어서.
하지만, 그게 타오타오에게 마음의 짐이 된다면,
아, 알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하하, 들켰구나. 그렇네, 나, 속이는 거 서툴러서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그, 내가, 타오타오의 가장 가까이에 있었으니까⋯⋯.
⋯⋯들어줄 거라면, 말할게.
나도 혼자 짊어지고 있는 거, 힘들었으니까.
근데, 아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할 텐데? 괜찮겠어?
⋯⋯. 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저기, 장소 좀 바꿔도 될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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